과거의 감정을 참고 씻어버리는
| 화자 | 박정희 (제5·6·7·8·9대 대통령) |
|---|---|
| 원제 | 한일회담 타결에 즈음한 특별담화문 |
| 날짜 | 1965.06.23 (수) |
| 기준 | 공식 기록 |
| 분량 | 148줄 |
전문
○ 박정희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 어제 일본 동경에서 한일양국의 전권대표 사이에는 양국
- 국교정상화에 관한 제협정이 정식으로 조인되었읍니다.
- 지난 14년동안 우리나라의 가장 어렵고도 커다란 외교숙제였으며,
- 또한 내가 총선거때에 공약으로 내건 바 있는
- 이 문제가 마침내 해결을 본 데 즈음하여,
-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평소의 소신의 일단을 밝혀
-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얻고자 합니다.
- 한 민족, 한 나라가 그의 운명을 개척하고 전진해 나가려면,
- 무엇보다도 국제정세와 세계조류에 적응하는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 국제정세를 도외시하고 세계대세에 역행하는 국가판단이 우리에게
- 어떠한 불행을 가져 오고야 말았는가는 바로 이조말엽에 우리
- 민족이 치른 뼈저린 경험이 실증하고 있읍니다.
- 오늘의 국제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과거 어느 때보다도
-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읍니다.
- 오늘날 우리가 대치하고 있는 적은 국제공산주의세력입니다.
- 우리는 이 나라를 어느 누구에게도 다시 빼앗겨서는 안되지만,
- 더우기 공산주의와 싸워 이기기 위하여서는 우리와 손잡을 수
- 있고 벗이 될 수 있다면 누구하고라도 손을 잡아야 합니다.
-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고 내일의 조국을
-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과거의 감정을 참고 씻어버리는
- 것이 진실로 조국을 사랑하는 길이 아니겠읍니까,
- 이것이 나의 확고부동한 신념이 올시다.
- 더구나 중공의 위협이 나날이 증대하여가고 있고,
- 국제사회가 이른바 다원적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 우리의 위치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반세기전에 우리가 겪은 민족의
- 수난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민족의
- 번영을 기약하는 현명한 판단이 절실히 요청되는 것입니다.
- 지난 수십년간 아니 수백년간 우리는 일본과 깊은 원한속에 살아 왔읍니다.
- 그들은 우리의 독립을 말살하였고, 그들은 우리의 부모형제를 살상했고,
- 그들은 우리의 재산을 착취했읍니다.
- 과거만을 따진다면 그들에 대한 우리의 사무친 감정은
- 어느모로 보나 불구대천이라 할 수 없읍니다.
- 그러나 국민 여러분!
- 그렇다고 우리는 이 각박한 국제사회의 경쟁속에서
- 지난날의 감정에만 집착해 있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 아무리 어제의 원수라 하더라도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 위해 필요하다면 그들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현명한 대처가 아니겠읍니까,
나머지 108줄 펼치기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 한일간의 국교를 정상화함에 있어서 나와 현정부가 크게 배려한
-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원통스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 호혜평등,협동,전진의 앞날을 다짐하는 기본관계의 설정이었고,
- 다음으로는 대일평화조약에 규정된 청구권문제,
- 한국연안의 어족자원보호와 100만어민의 장래를 보장하는 어업협정문제,
- 일본땅에 버려진 채 정당한 대우를 받지
- 못하고 있는 60만의 재일교포의 처우문제,
- 그리고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를 돌려받는 문제였읍니다.
- 물론 이러한 제문제가 우리만의 희망과 주장대로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 그러나 내가 자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은,
- 우리가 처해 있는 제반여건과 선진제국의 외교관례에 비추어 볼 때,
- 우리의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데 선의를 다했다는 사실입니다.
- 외교란 상대가 있는 것이고 또 일방적 강요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 그것은 이치와 조리를 따져 상호간에 납득을
- 해야 비로소 타결이 되는 것입니다.
- 우리는 이제 한일간의 공동의 이익과 공동의 안전과 공동의
- 번영을 모색하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읍니다.
- 양국은 비단 지리적으로 가깝다든가 역사적으로
-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 극동의 같은 자유국가로서 공동운명의 길을 걷고 있읍니다.
- 이 공동의 관계는 호혜평등의 관계요, 상호협력의 관계이며,
- 또한 상호보완의 관계입니다.
- 한일양국간에 있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이 순간에
- 우리가 깊이 반성하고 깊이 다짐할 점이 무엇이겠읍니까,
- 그것이 바로 독립국가로서의 자주정신과
- 주체의식이 더욱 확고해야 하겠다는 것이며,
- 아세아에 있어서 반공의 상징적인 국가라는
- 자부와 긍지를 잊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 나는 우리 국민의 일부중에 한일교섭의 결과가 굴욕적이니, 저자세니,
- 또는 군사적 경제적 침략을 자초한다는 등 비난을
-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읍니다.
- 심지어는 매국적이라고는 극언을 하는 사람이 있읍니다.
- 나는 지금까지 그들의 주장이 정부를 편달하고 정부가
- 하는 교섭의 입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 점에서 이것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 왔읍니다.
- 그러나 만일 그들의 주장이 진심으로 우리가
- 또다시 일본의 침략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 경제적으로 예속이 될까 걱정을 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읍니다.
- 그들은 어찌하여 그처럼 자신이 없고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 사로잡혀서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을 집어먹느냐 하는 것입니다.
- 이와같은 비굴한 생각,
- 이것이 바로 굴욕적인 자세라고 나는 지적하고 싶습니다.
- 일본사람하고 맞서면 언제든지 우리가 먹힌다 하는
- 이 열등의식부터 우리는 깨끗이 버려야 합니다.
-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제는 대등한 위치에서,
- 오히려 우리가 앞장서서 그들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 우월감은 왜 가져보지 못하는 것입니까,
- 이제부터는 이러한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나가야 합니다.
- 하나의 민족국가가 새로이 부흥할 때는 반드시 민족전체에 넘쳐흐르는 자신과
- 용기와 긍지가 있어야 하고 적극성과 진취성이 충일해야 하는 것입니다.
- 오늘날 우리나라의 근대화작업을 좀먹는 가장 암적인 요소는
-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패배주의와 열등의식
- 그리고 퇴영적인 소극주의 바로 이것인 것입니다.
- 또하나 있읍니다.
- 그것은 비생산적인 사이비행세 이것들입니다.
- 또 있읍니다.
- 속은 텅텅 비고도 겉치레만 번지레 꾸미려 하는 권위주의, 명분주의,
- 그리고 언행불일치주의들입니다.
- 이러한 요소들은 과감하게 씻어버려야 합니다.
- 그리하여 자신을 가진 국민이 됩시다.
- 자신은 희망인 것입니다.
- 희망이 있는 곳에 민족의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입니다.
- 응당한 노력을 지불함이 없이 공짜로 무엇이 되려니,
- 또는 무엇이 생기려니 하는 생각은 자신력을
- 완전히 상실한 비굴한 사고방식입니다.
- 지금 일부국민들 중에 한일국교정상화가 되면 우리는
- 또다시 일본의 침략을 당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지만,
- 이러한 열등의식은 버려야 하는 동시에,
- 이와 반대로 국교정상화가 되면 당장에 우리가 큰 덕을 볼
- 것이라는 천박한 생각도 우리에게는 절대금물인 것입니다.
- 따라서 한마디로 한일국교정상화가 앞으로
- 우리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 오느냐,
-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느냐 하는 관건을
- 우리의 주체의식이 어느 정도 건재하느냐,
- 우리의 자세가 얼마나 바르고 우리의
- 각오가 얼마나 굳으냐에 있다는 것입니다.
- 우리가 만약에 정신을 바짝 차리지 못하고,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 정치인이나, 경제인이나,
- 문화인이나를 할 것 없이 국리민복을 망각하고
- 개인의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일이 있을진대,
- 이번에 체결된 모든 협정은 그야말로 치욕적인 제2의 을사조약이 된다는
- 것을 2,700만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다같이 깊이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나는 이 기회에 일본국민들에게도 밝혀 둘 말이 있읍니다.
- 우리와 그대들간에 이루어졌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 새로운 선린으로써 다시 손을 마주잡게 된 것은 우리
- 양국국민을 위해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물론 과거 일본이 저지른 죄과들이 오늘의 일본국민이나 오늘의 세대,
- 선도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그러나 정무조인이 이루어진 이 순간에,
- 침통한 표정과 착잡한 심정으로 과거의 구원을 억지로 누르고,
- 다시 손을 잡는 한국국민들의 이 심정을 그렇게 단순하게
- 보아 넘기거나 결코 소홀히 생각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 앞으로 우리 두나라 국민이 참다운 선린과 우방이 될
- 수 있고 없는 것은 이제부터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 이번에 체결된 협정문서의 조문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 앞으로 그대들의 한국이나 한국국민에 대한
- 자세와 성의여하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 우리는 그것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일본은 역시 믿을 수 없는 국민이다 하는 대일불신감정이
-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 또다시 싹트기 시작한다면 이번에
- 체결된 제협정은 아무런 의의를 지니지 못 할 것입니다.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 이제 남은 절차는 국회의 비준입니다.
- 물론 국회는 국회대로 충분한 논의를 하겠지만 국민 여러분께서도
- 특별한 관심과 참여의식으로 이 문제의 마지막 매듭에 현명한
- 판단과 아낌없는 협조가 있을 것을 나는 확신해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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