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
| 화자 | 김영삼 (제14대 대통령) |
|---|---|
| 원제 | 취임 4주년을 맞아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 |
| 날짜 | 1997.02.25 (화) |
| 기준 | 공식 기록 |
| 분량 | 180줄 |
전문
○ 김영삼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 오늘은 제가 대통령 직을 맡은 지 만 4년이 되는 날입니다.
- 이 뜻 깊은 날,
- 저는 참으로 괴롭고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 4년 전 저는 취임사에서 우리 모두 신한국 창조의
- 꿈을 안고 '변화와 개혁'에 나서자고 호소했습니다.
- 급변하는 세계 속에 우리가 번영해 나가려면 우리의
- 제도와 의식과 행동양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 그날 이후 우리는 수많은 어려운 고비를 넘으며
- 줄기차게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 왔습니다.
- 저는 그 중요한 고비마다 무엇이 국가와 민족을
- 위하여 올바른 것인가를 고뇌하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 그것은 참으로 고독한 과정이었습니다.
- 어렵고도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것이 나라와 겨레를 위한 것이라는 믿음에서,
- 외로움과 어려움을 보람으로 삼았습니다.
- 돌이켜 보면,
- 제가 살아온 삶은 국민 여러분을 떠나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 30여년간의 기나긴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서 저에게
- 희망을 준 것은 바로 국민 여러분이었습니다.
- 저에게 용기를 준 것도 국민 여러분이었습니다.
- 여러분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마침내 문민정부가 출범했을 때,
- 저는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했습니다.
- 국민 여러분의 은혜와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저의
- 신명을 다 바치겠다고 스스로 맹세했습니다.
- 여러분과 더불어 한국병을 고쳐 후손들에게
- 자랑스러운 조국을 물려주자는 것,
- 그것이 저의 꿈이었습니다.
- 오로지 그 한뜻으로 불철주야 달려 온 것이 저의 지난 4년이었습니다.
- 그동안 우리들이 거둔 여러 가지 개혁의 성과는
- 전적으로 국민 여러분의 인내와 성원 덕분이었습니다.
- 한편 개혁의 과정에서 미흡한 점과 시행착오로 국민
- 여러분에게 불편과 고통을 가져다 준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 저는 남은 임기 동안 개혁의 미비점을
- 보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 그러나 개혁은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 위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 일시적 고통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합니다.
- 국민여러분!
- 지금 나라 전체가 '한보사건'으로 인한 충격에 휩싸여 있습니다.
나머지 140줄 펼치기
- 지난 4년 오직 절제와 금욕으로 한길만을
- 달려온 저로서는 처절하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 더욱이 이번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입은 마음의
- 상처를 어떻게 위로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여야의 중진 정치인뿐 아니라 저의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들까지도
- 부정부패에 연루되었으니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 신한국을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농락당한 느낌마저 듭니다.
- 그러나 이유야 어떠하든 이 모든 것은 저의 부덕의 결과입니다.
- 대통령인 저의 책임입니다.
- 저는 국민 여러분의 그 어떤 질책과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 대통령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께
-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 국민여러분!
- 그동안 문민정부는 변화와 개혁의 최우선 과제를
- 부정부패의 척결에 두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 그것은 과거 모든 부패의 뿌리가 대통령을 비롯한
- 권력핵심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 대통령이자 여당 총재부터가 단호한 결의로 솔선한다면,
- 모든 정치인들과 공직자들도 따라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 이와 함께 부패의 근원적인 예방을 위해
- 우리는 많은 법과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정치개혁 입법 등을 과감히 단행했습니다.
- 그러나 이번 '한보사건'은 아직도 부패한 정치와 정경유착의 관행이
- 우리사회 일각에 뿌리깊게 남아 있음을 충격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입니다.
- 저를 더욱 괴롭고 민망하게 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 관련하여 제 자식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진실여부에 앞서 그러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크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 매사에 조심하고 바르게 처신하도록 가르치지 못한 것,
- 제 자신의 불찰입니다.
- 만일 제 자식이 이번 일에 책임질 일이 있다면
- 당연히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입니다.
- 또한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일체의 사회활동을
- 중단하는 등 근신토록 하고 제 가까이에 두지 않음으로써,
- 다시는 국민에게 근심을 끼쳐드리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개탄스럽다고 하더라도
- 낙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 지금 이 시각에도 숱한 도전들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 우리는 오늘의 이 비상시국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전환해야 합니다.
- 이를 위해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가 있었습니다만,
- 관련자들은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그 누구라도 사법적
- 책임을 철저하게 가려서 단죄해야 할 것입니다.
- 나아가 책임정치와 책임행정의 구현을 위해
- 정책차원에서 '한보사건'의 원인과 경위를 밝히고,
- 관계자들의 정치적,행정적 책임도 물을 것입니다.
- 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국민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 경제의 활력을 하루빨리 되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 국민 여러분!
- 저는 심기일전하여 다시 취임초의 각오와 자세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앞으로 1년간
- 다음 네 가지 과제의 해결에 진력하겠습니다.
- 첫째,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노력을 가일층 강화할 것입니다.
- 특히 비리와 부정의 소지 자체를 없애도록
- 제도를 개혁하고 보완하는데 치중하겠습니다.
- 각계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여 필요하다면
- 정치자금법과 선거법도 다시 고치겠습니다.
- 금융비리를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금융개혁도 가속화하겠습니다.
- 그리하여 이번 사건이 정경유착과 금권정치를
- 근절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 인사개혁도 단행하겠습니다.
- 깨끗하고 능력있는 인재들을 광범위하게
- 구하여 국정의 주요 책임을 맡기겠습니다.
- 둘째,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경주하겠습니다.
- 지금 우리의 경제상황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나라가 자칫 삼류국가로
- 전락할 위험성마저 있을 정도입니다.
- 저는 우리 국민과 기업,
- 근로자들이 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고통을
-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 그러나 비록 일시적인 고통이 따르더라도 우리의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 있는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겠습니다.
-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노사간에 대화합을 이루어 산업현장이
- 활기를 회복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살리는 일입니다.
- 저는 지난해 말 이루어진 노동관계법 개정의 처리 과정에서 국민
-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 이번 임시국회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노와 사의 의견도
- 균형있게 반영한 훌륭한 법률이 여야 합의로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 우리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높이고 경쟁력을
- 회복하는 일 또한 대단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 뿐만 아니라 젊고 패기있는 세대들이 손쉽게
- 창업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입니다.
-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 상공인들에게 대한 지원방안과 근로자들의
- 고용안정 대책도 차질없이 신속하게 시행되도록 할 것입니다.
- 그리고 '한보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고,
- 국민 모두의 소중한 자원이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 활용되도록 관련제도를 선진화하는데 힘쓰겠습니다.
- 셋째, 우리의 안보태세를 보다 강화하겠습니다.
- 북한의 앞날은 그 핵심인사의 망명사건이 말해주듯 불안정하기 그지없습니다.
- 이에 따라 우리의 안보상황 또한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 한반도의 평화가 유린되는 사태는 우리 민족
- 전체에서 회복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입니다.
- 우리는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라도
- 우리의 안보를 굳건히 지켜야 합니다.
- 정부는 이번 기회에 안보 태세를 총점검하고
- 민,관,군 총력안보 체제를 재정비해 나갈 것입니다.
- 안보에 대한 위협은 나라 안에도 있습니다.
- 이제 어떤 명분으로도 국가안보를 해치는
- 언행은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 또한 국법질서를 확립하여 우리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아 나가야 하겠습니다.
-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 재산을 지키는 데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 넷째, 금년에 실시되는 차기 대통령선거를
- 공정하고 엄정하게 관리하겠습니다.
- 특히 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과정이 투명하고
- 민주적이며 공정한 경선과정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저는 당원들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 그리하여 우리나라 정당제도의 발전과 당내 민주주의의
- 진전에 획기적 계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 평생을 명예로운 민주화 투쟁에 바쳤고,
- 이제 문민시대의 대통령으로서 제게 무슨 사사로운 욕심이 있겠습니까,
- 저에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 헌신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욕심이 없습니다.
- 오직 시대의 소명을 어김없이 실천하는
- 대통령으로서 직분에 충실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 저는 오늘,
- 임기 1년의 대통령직에 새로 취임하는
- 심경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국민 여러분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 저의 부족함에 대한 비판과 충언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 앞으로 국민 여러분 곁으로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것입니다.
- 지난 반세기,
- 온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낸 이
- 나라가 난파선이 되게 해서는 안됩니다.
- 세계가 찬탄하는 민주와 번영의 값진
- 성취를 물거품으로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 우리 민족은 항상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역사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 우리는 세계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발걸음을 한시도 멈출 수 없습니다.
- 아픔과 분노, 허탈과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섭시다.
- 우리 마음을 모아 새로이 출발합시다.
- 모두가 힘을 합쳐 민족의 위대한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 줍시다.
- 그리하여 오늘의 고난을 내일의 영광으로 바꾸어냅시다.
- 국민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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