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과거의 일에 얽매여 있어야 합니까
| 화자 | 노태우 (제13대 대통령) |
|---|---|
| 원제 | 시국과 관련하여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 |
| 날짜 | 1988.11.26 (토) |
| 기준 | 공식 기록 |
| 분량 | 187줄 |
전문
○ 노태우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 우리는 바로 사흘전 전직 대통령이 지난 시대의 잘못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 사죄하고 정처도 없이 은둔의 길을 떠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 우리의 불행했던 헌정사와 지난 시대를 되돌아
- 볼때 참으로 착잡하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 초대 대통령이 장기집권과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 젊은이들의 함성에 쫓겨 외국망명지에서 숨을 거두고,
- 18년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이 부하의
- 총탄에 의해 비극의 종말을 거두었습니다.
- 그로부터 9년이 지나 이제 또 다시 국민의 들끓는 질책 속에
- 전직 대통령이 20여년을 살아온 집과 재산을 내놓고 어린 아들과
- 헤어져 참회의 길을 떠나는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 게다가 전임 대통령의 가까운 친인척은 거의 모두
- 구속되어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 이렇게 된 마당에 우리 모두의 아픔이 된 지난 시대의
- 청산문제는 이제 매듭을 지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날의 문제를 가지고 사회 전체가 진통과
- 혼란을 무한정 계속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이제는 지난날의 잘못을 청산할 국민모두의
- 슬기와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 불행했던 과거의 잘못이 우리에게 또 다른 재앙이
- 될 것을 바라는 사람...없을 것입니다.
- 그것은 더 밝은 내일이 있게 하는 값비싼 교훈이 되게 해야 할 것입니다.
- 저는 이제 전임 대통령에 대한 문제를
- 종결지을 방안을 밝히면서 여야와 각계각층,
- 국민 여러분의 협력을 호소합니다.
- 전임 대통령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일부 국민은
- 사법적 절차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 또 다른 국민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조사를
- 한 후에 사면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며,
- 또 상당수 국민들은 이제는 그의 사죄와 은둔을 너그러움으로
- 용서하고 이 문제를 마무리 짓기를 희망하고 있는 등 ...
- 국민의 의견이 엇갈려 있습니다.
- 감정이 아닌 이성의 바탕 위에서 과연 나라의 장래를 위해
-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겠습니까.
- 모든 것 다 버리고 떠난 전임 대통령의 잘못을 들어,
- 7년 반 동안 이 나라 국가원수로 일해 온
- 그를 재판정에 묶어 세워야 하겠습니까.
- 그 스스로 잘못을 깊이 사죄한 이 마당에 지난 시대 잘못이
- 많았다고 하여 전임 대통령에게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나머지 147줄 펼치기
- 저 자신 남보다 무거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
- 국민이 뽑아 주신 대통령으로서 이제는 구시대의 잘못을 청산하는
- 단안을 내리고 국민여러분과 함께 이 문제를 수습해야 하겠습니다.
- 전임 대통령의 정치 행위에 대해,
- 사법적 조처를 통해 처벌하자는 것은 정치적인 보복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것은 지난해 선거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 다짐한 약속에도,
- 또한 그때 투표로 표시된 국민의 뜻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봅니다.
- 정치보복은 국가 장래와 우리의 민주발전에도
-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 그의 잘못이 크다 하더라도,
- 잘못은 미워할 수 있으나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 마치고 물러난 전임 대통령을 여기서 더 나아가 처벌하는 것은
- 민주헌정의 내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 국민 여러분.
- 지난 시절을 참회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뉘우침의 나날을 보내는
- 전임 대통령의 사죄를 너그러이 받아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 새로운 민주시대를 꽃피워 가기 위해서는
- 너그러운 민주주의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 너그러움과 용서와 이해없이는 진정한 민주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 저는 이런 바탕 위에서 전임 대통령에 대한
- 더 이상의 단죄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재임 중에 있었던 정책의 과오나 정치자금의 운용 등 국정최고책임자로서
- 행한 정치 행위는 범법여부를 따질 개인적 문제일 수는 없다고 봅니다.
- 이미 이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버린 전직 대통령을 다시 불러내어
- 추궁해야 할 것인지...아무리 진실의 규명이라고 하더라도 7여년의
- 기간에 걸친 복잡한 정치자금의 모든 내용을 가리는 것이 과연
- 가능하며 합당한 것인지...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 정치자금으로 따진다면 비단 그 한 사람에게만
- 진상을 따져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입니다.
- 이렇게 이 문제를 무작정 시비의 대상으로 삼아가서는 정치
- 사회에서 안정의 기틀이 끝없이 뒤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 이러한 현실을 깊이 생각한 결과 이 문제는 전임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 내용을 받아들임으로써 매듭지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 다만 국내나 국외에 그가 밝히지 않은 재산이 있는지의 여부는
- 앞으로 정부가 국민여러분의 협조로 가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우리는 무한정 지난날의 문제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으므로 저는
- 국회가 조사활동을 연내에 매듭지어 줄 것을 강력히 희망합니다.
- 정부는 사직당국을 통해 지난 시대의 부정과
- 비리에 대해 진실을 앞장서 밝혀나갈 것이며,
- 국회특위활동에서 제기된 문제와 국회가 올해 안에 미처 처리하지
-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주도로 빠른 시일안에 마무리할 것입니다.
- 이를 위해 저는 검찰에 전담부서를 지정할 것입니다.
- 국민 여러분.
- 저는 지난 시대 잘못을 청산하는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민주주의를
- 확연히 진전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처를 취하겠습니다.
- 첫째, 지난 시대 어두운 상처를 씻고 새로이 출발할 것을 갈망하는
-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지금까지 시국과 관련하여 법의 제재를
-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곧 사면을 실시할 것입니다.
- 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시국과 관련된 일로 권리가 제한된 사람은 모두
- 복권이 되도록 하고 형을 받고 있는 사람은 석방되도록 하겠습니다.
- 정부가 출범한 이후 시국문제와 남북학생회담
- 주장 등과 관련하여 형이 확정되었거나 구속,
- 신추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용을 베푸는 조처를 취할 것입니다.
- 구시대를 청산한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 야당측의 합리적 주장도 이를 반영할 생각입니다.
- 이와 같은 조처는 연내에 모두 마무리될 것입니다.
- 둘째, 지난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사면과 함께 광주민주화운동,
- 1980년 공직자 해직과 삼청교육대 사건,
- 인권침해 사례 등 지난 시대 잘못된 공권력의 행사로 억울하게
- 피해입은 분들께 보상과 함께 명예회복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에 대해서는 그동안 신고를 받아
- 진행중인 사실 확인작업과 국회 특위활동이 끝나는 즉시
- 명예회복과 최대한의 보상을 실시하겠습니다.
- 이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토록 하겠습니다.
- 공직자 해직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금명간
- 보상 등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것입니다.
- 소위 삼청교육과 관련한 외상자에 대하여는
- 신고를 받아 피해보상을 할 것입니다.
- 셋째, 정치자금을 둘러싼 비리를 없애기
- 위해 정치자금의 양성화를 추진하겠습니다.
- 여야가 공동으로 정치자금 양성화 법안을 성안하여
- 가급적 이번 회기내에 통과시켜 줄 것을 희망합니다.
- 저는 새 공화국에서는 권력과 연계하여 저질러지는
- 비리가 사라지도록 깨끗한 정치에 앞장설 것입니다.
- 특히 우리 경제인은 어떠한 특혜나 변칙적 지원도 기대할 수 없게
- 하는 동시에 자유롭고 떳떳한 활동이 보장되도록 하겠습니다.
- 또한 기업인에 대한 어떠한 부담금이나 준조세적 기부금도 없앨 것입니다.
- 넷째, 저는 이 사회 모든 분야에 민주주의를
- 확고한 방향 위에서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 국가보안법, 사회안전법,
- 사회보호법 중 비민주적인 조항은 개정하고 비민주적인 제도와
- 관행은 국민여러분의 요구를 기다리지 않고 앞장서서 개선,
- 정비 하겠습니다.
- 저는 국회가 하루빨리 민주적 제도개혁을
- 위한 본격적인 입법 활동에 들어가,
- 이 나라 민주주의를 굳건히 뿌리내리는 일을 해주기 바랍니다.
- 다섯 번째로,
- 저는 지난 시대의 잘못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 구현하기 위해 당과 정부는 과감히 쇄신해 갈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 저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유민주주의
- 체제를 수호하고 법과 질서를 확립하겠습니다.
- 학생이 스승의 머리칼을 자르는 일이 민주주의일 수 없습니다.
- 과격하고 목소리 큰 소수가 합법,
- 합리의 다수를 누르는 풍조가 민주주의 아닌 것 분명합니다.
- 노사관계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분규로 진통하고,
- 노사가 각각 지켜야 할 자리를 벗어나 정상적 조직 체계마저
- 붕괴시키고 있는 일각의 현상은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 더구나 계급혁명의 구호를 외치며 화염병 투척과
- 폭력파괴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것 ...
- 국민 모두의 불안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 우리가 하자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은 아니잖습니까.
- 저는 이러한 풍조가 제동 없이 방치될 경우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 체제는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 이 시점에서 법과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 민주사회의 사활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 정부는 이제껏 이 문제에 대해 사회 각 분야의
- 자생력이 일어나도록 공권력의 행사를 자제해왔습니다.
- 이제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 잘못된 불법
- 과격행동은 하나하나 확실히 바로잡아 나갈 것입니다.
- 앞에서 말씀드린 모든 조처들은 지난 시대의 잘못은
- 분명히 단절하려는 저의 의지를 실천하는 것이며,
- 이것이 지난 시대를 올바르게 정리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 우리는 지난해 이후 엄청난 격동과 변화의 흐름
- 속에서 세계가 놀라는 성취를 이룩하였습니다.
- 온 국민이 뜨겁게 뭉쳐 이룬 서울올림픽의 영광은
- 세계의 부러움과 찬사를 모으는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 정치적 격랑 속에서도 우리는 세계에서
-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 우리 국민의 힘은 정말 위대하였습니다.
- 그러나 지금 세계는 다시 걱정스러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온 국민의 슬기와 화합으로 이 고비를 또 한번 극복하여 그
- 보람찬 영광의 빛을 더할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깊은 좌절의 늪
- 속으로 빠져들 것인지...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 우리는 지금 도전인 동시에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 저는 우리 국민이 이해와 관용으로 또 한번 크나큰 힘을
- 발휘하여 난국을 떨치고 일어나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 저는 작년 국가적 위기의 한 가운데 서서
- 6.29 선언을 할 때 민주주의를 위해,
- 그리고 이 나라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내던졌습니다.
- 오늘 다시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여 바로
- 그때 그 마음가짐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 저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위기,
- 나라의 난국을 모든 것 다 던져 막겠다는 일념뿐입니다.
- 저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이 선택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 국민 여러분.
- 힘을 모아 주십시오.
- 언제까지 과거의 일에 얽매여 있어야 합니까.
- 지난날의 문제로 안정이 깨어질 때, 어느 누구에 이로움이 있겠습니까.
- 이제는 서로 용서하고 손잡아 어려움을 떨치고 나가야 합니다.
- 모두가 잘사는 선진국을 만드는 일,
- 갈라진 민족을 통합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업입니다.
- 우리 모두 세계와 미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딥시다.
- 국민 여러분, 그리고 각계 지도자 여러분.
- 진심으로 이해와 협력을 기대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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