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1번 버스
| 화자 | 노회찬 (국회의원 (제17 · 19 · 20대)) |
|---|---|
| 원제 | 진보정의당 창당대회 공동대표 수락연설 |
| 날짜 | 2012.10.21 (일) |
| 기준 | 녹취 · 보도 |
| 분량 | 79줄 |
전문
○ 노회찬
- 최고위원은 꽃다발 하나 주는데,
- 당 대표는 세 개씩 주는 이런 불평등과 예산 낭비를 근절하겠습니다.
-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서 개포동
-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 내일 아침에도 이 버스는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그 버스와 4시 5분 경에 출발하는 그 두
- 번째 버스는 출발한 지 15분만에 신도림과 구로 시장을 거칠
- 때쯤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사이 그 복도 길까지 사람들이
- 한 명 한 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 매일 같은 사람이 탑니다.
- 그래서, 시내버스인데도 마치,
-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 강남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을 해야하는 분들입니다.
-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이기 때문에 매일 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 한 분이 어쩌다가 결근을 하면 누가 어디서
- 안 탔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 그러나 시간이 좀 흘러서, 아침 출근시간이 되고,
- 낮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고,
- 퇴근길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 그 누구도 새벽 4시와 새벽 4시 5분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가
-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서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5.60대
-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에 종점으로 향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이분들이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 아들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 그 빌딩에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 청소되고 정비되고 있는 줄 의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 지금 현대자동차,
- 그 고압선 철탑 위에 올라가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스물 세 명씩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저 용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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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몇 년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는 저 남일당 그
- 건물에서 사라져간 그 다섯 분도 역시 마찬가지 투명인간입니다.
-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 이들은 아홉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들입니다.
- 그래서 이 분들이 유시민을 모르고, 심상정을 모르고,
- 이 노회찬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분들의 삶이
-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습니까.
-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 그들 눈앞에 있었습니까.
- 그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까.
-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
- 그 누구 탓도 하지 않겠습니다.
-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이 진보정당,
-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 그 일말의 의의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사실상 그동안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정당이나 다름없었습니다.
-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정당,
-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모습이었습니다.
-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합니다.
- 여러분 준비되었습니까?
-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 우리의 대중 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 여러분.
- 진보정당의 공동 대표로,
- 이 부족한 사람을 선출해주신 것에 대해서
- 무거운 마음으로 수락하고자 합니다.
- 저는 진보정의당이 존재하는 그 시각까지,
- 그리고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동안,
-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심상정 후보를
- 앞장세워 진보적 정권 교체에 성공하고,
-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모든 투명인간들의 당으로 이 진보정의당을
- 거듭 세우는데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털어놓겠습니다.
- 여러분, 함께 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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