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저항의 시대는 갔습니다
| 화자 | 김영삼 (제14대 대통령) |
|---|---|
| 원제 | 서울대학교 졸업식 연설 |
| 날짜 | 1994.02.26 (토) |
| 기준 | 공식 기록 |
| 분량 | 130줄 |
전문
○ 김영삼
-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 총장과 교수,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 여러분!
- 저는 오늘 새로운 출발을 하는 졸업생
- 여러분들을 축하하기 위하여 달려왔습니다.
-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 실로 20년만에
- 서울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 저는 먼저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대통령으로서,
- 또 여러분의 선배로서 저는 벅찬 감회를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 아시다시피,
- 국립 서울대학교는 분단의 아픔과 이념 대립의 와중에서 탄생했습니다.
- 40여년 전,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저는 대학생활을 했습니다.
- 내 조국을 끌어안고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던 고뇌의 대학생활이었습니다.
- 전쟁의 포연은 가셨지만,
- 이 땅에는 정치적 밤이 너무도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 길고 암울한 시대를 거쳐오면서,
- 여러분의 선배들은 조국의 정치적 현실에 울분과 좌절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 시대의 상황과 인간의 양심이, 대학생을 거리로 내몰기도 했습니다.
- 이 교정을 거쳐간 많은 젊은이들이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쳤습니다.
- 그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오늘의 문민시대를 열었습니다.
- 아주 오랜 방황 끝에, 우리는 마침내 문민시대를 연 것입니다.
-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학문에 열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우리 대학이 겪어 온 풍상을 생각할 때,
- 이 졸업식전이야말로 국민과 더불어 축하해야 할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 암울한 시기에 학노시절을 보낸 세대는 가슴 뿌듯한 보람을
- 느끼면서 여러분에게 무한한 기대를 가질 것입니다.
-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이제 분명 분노와 저항의 시대는 갔습니다.
- 투쟁이 영웅시 되던 시대는 갔습니다.
- 이제 우리는 빼앗겼던 시간을 되찾아야 합니다.
- 잃어버린 시간을 메꾸어야 합니다.
- 입시 때문에 소진되었던 우리의 능력과 창의를 마음껏 개발해야 합니다.
- 연구실과 도서관에 불빛을 밝혀야 합니다.
- 개혁과 창조의 선두에 대학이 서야 합니다.
- 국가경쟁력을 선도하는 것도, 뒷받침하는 것도 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 대학의 경쟁력 없이 국가경쟁력이 있을 수 없습니다.
- 이제까지 대학은 독재 아래서 타율과 규제 속에 안주해 왔습니다.
- 대학은 자율과 책임으로 활기차고 역동적인 지식의 산실이 되어야 합니다.
-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정보, 진취적 발상이 대학에서 나와야 합니다.
- 최근 우리 대학사회 내부에서 대학의 개혁과
나머지 90줄 펼치기
- 발전을 위한 획기적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 매우 반갑고 마음 든든한 일입니다.
- 대학인 여러분!
-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홍익인간의 정신을 건국이념으로 삼았습니다.
- 거기에 바탕한 민족문화가 5천년을 이어왔습니다.
- 가장 선진적이었던 고대문화를 꽃피운 역사가 있습니다.
- 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를 발명한 민족입니다.
- 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모국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 세종시대에 이미 우리는 세계적인 과학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 지금 서울대에 와 있는 규장각은 18세기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었습니다.
- 이 모든 것이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일이 아닙니다.
- 우리는 당당한 문화민족이었던 것입니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치욕의 역사 속에서,
- 민족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존심을 잃어버렸습니다.
- 세계문명을 선도하겠다는 야망도, 자신감도 갖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변방의식에 사로잡혀 왔습니다.
- 패배주의와 피해의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되리라 하던
- 토인비의 예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바야흐로 새로운 문명의 먼동이 터오는 개벽의 시대입니다.
- 우리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닙니다.
- 세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바로 우리들입니다.
- 우리에게 시련을 안겨 주었던 지정학적 조건은,
- 이제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가는 민족웅비의 조건으로 되고 있습니다.
- 경부고속전철은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민족의지의 표현입니다.
- 영종도 국제공항은 아시아,
- 태평양 시대의 중심권으로 부상하는 민족의
- 기상과 웅도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 100년 전, 우리는 스스로 국제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 그러나 오늘 우리는 억지로 문을 연 것이 아니라,
- 우리가 스스로 자신있게 문을 연 것입니다.
- 우리는 더이상 패배주의와 피해의식에 젖어
- 있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 지금 세계는 변화와 개혁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 인류문명의 기본틀이 바뀌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서양근세에서 시작하여 현대까지 지배해 온 사상과
- 사회구조가 커다란 대전환의 분기점에 와 있습니다.
-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지혜는 지금이 어떤 때인가를 깨닫는 일입니다.
- 지금 막 새로운 문명, 새로운 역사가 열리려 하고 있습니다.
- 바로, 여러분이 그것을 이끌 때입니다.
-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야말로 축복받은 세대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 우리 민족이 변화의 시대,
- 세계사적 문예부흥을 선도할 수 있는 여건과
- 조짐이 곳곳에서 성숙되고 있습니다.
- 여기 서울대학교가 새로운 문명의 시대, 문예부흥의 요람이 되어야 합니다.
- 여러분이 바로 그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 우리는 지금 민족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남북간의 불신과
- 대립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면,
- 우리 민족은 공존공영의 큰 길로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 민족이 하나되어 세계로 나간다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오!
- 민족웅비의 때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 우리 민족이 세계와 인류 앞에 창조적으로
- 기여할 수 있는 때가 오고 있습니다.
- 졸업생 여러분!
- 여러분은 새로운 세기, 영광의 민족사를 개척할 선봉들입니다.
- 여러분은 분명, 세계로 뻗어나가는 신한국의 주인공입니다.
- 우리 경쟁력의 쇠퇴를 꼬집는 세계인의 지적처럼,
- 안으로 우리의 진취적인 의욕이 멈칫하고 있습니다.
- 근면과 창의,
- 그리고 새로운 민족적 활력을 여러분이 앞장서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 국가경쟁력의 견인차가 되어야 합니다.
- 밖으로는, 여러분이 헤쳐나가야 할 물결은 좁은 냇물,
- 잔잔한 강물이 아닙니다.
- 여러분이 활동해야 할 무대는 광대무변의 바다입니다.
- 온갖 물결이 섞여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바다입니다.
- 태평양 역시 더 이상 고요한 바다가 아닙니다.
- 폭풍이 몰아치는 격랑의 바다입니다.
- 적자생존의 무한경쟁 속에서,
- 세계 일류가 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치열한 각축의 세계입니다.
- 국경 없는 경제전쟁의 시대,
- 지식과 정보의 힘이 개인과 나라의 성패와 사활을 결정할 것입니다.
- 여러분 앞에 열려 있는 무한경쟁의 세계는
- 거대한 도전과 위협이기도 합니다.
- 그러나 야망을 가진 사람에게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 야망은 잠자고 있지 않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꿈입니다.
- 꿈을 가진 민족만이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 꿈을 가질 수 있는 여러분이야말로 축복받은 세대입니다.
- 야망을 가지고,
- 두려움 없는 큰 걸음으로 개인과 나라의
- 앞길을 거침없이 열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 그동안 여러분으로 하여금 형설의 공을
- 이룰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교수님들,
- 그리고 온갖 뒷바라지를 다 해준 학부모
-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 졸업생 여러분의 전도를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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