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변화를 조화시키면서
| 화자 | 최규하 (제10대 대통령) |
|---|---|
| 원제 | 연두 기자회견 (모두발언) |
| 날짜 | 1980.01.18 (금) |
| 기준 | 공식 기록 |
| 분량 | 203줄 |
전문
○ 최규하
- 이 자리를 빌어서 먼저 국민 여러분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 여러분 가정에 만복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 기자단 여러분의 질문을 받기 전에 잠깐 작년 1년을 회고하고 우리 나라의
- 내외정세와 금년도 정부시책의 대강에 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지난해는 다사다난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 놀라움과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 작년 10월 26일 고 박정희 대통령각하의
- 돌연한 서거 후 우리 국민은 충격과 비탄,
- 그리고 긴장의 연속 속에 지내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 그 돌발적인 사태에 우리 정부와 국민은 냉철하게 대처하여 질서와
-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여 왔습니다.
- 우리 군은 철통같은 방위태세를 견지하여 국토방위의 임무를 완수하였으며,
- 공무원들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소임을 다하는
- 등 우리의 국민적 성숙을 훌륭히 입증하였습니다.
- 한편 우리의 우방인 미국 정부도 대한방위공약에 따라서 신속하게 외교적,
- 군사적 조치를 취하여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 수호하는 데 공헌하였다고 믿고 있습니다.
- 그리하여 대다수 국민의 염원에 따라서 합헌적인 절차에 의거,
- 국가의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을 선출하여
- 현재의 새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습니다.
- 그간 국민 여러분이 시국의 중대성을 이해하시고 정부의 제반 시책을 지지,
- 협조하여 주신데 대해서 이 자리를 빌어
-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 나는 제10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지금이 비상시국이며,
- 현정부를 '위기관리정부'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 우리 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또 이에 대처해
- 나가야 할 정부의 막중한 책임에 비추어 국민 여러분께서도
- 이 말에 대체로 공감하시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 따라서 위기의 실상에 대하여 솔직히 국민 여러분에게
- 말씀을 드리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 저는 대체로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가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 즉 1)격동하는 세계정세 2)일순의 방심도 용납되지
- 않는 한반도의 주변정세 3)그리고 세계적인
- 경제난국의 세 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 지금 국제정세는 1970년대에 지향되어 오던
- 강대국간의 평화공존 분위기가 크게 후퇴하고,
- 또 동서긴장 완화면에서도 큰 시련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 설상가상으로 원유가격의 상승으로 국제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으며,
- 세계 도처에서 대립과 분쟁이 일어나
- 세계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나머지 163줄 펼치기
- 올해의 국제정세는 비단 정치면,
- 경제면뿐만 아니라 안전보장면에서도 만만치 않은 문제를
- 안고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세계평화와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사건으로서는,
- 먼저 최근의 '아프가니스탄'사태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지난 연말 동부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인
- '아프가니스탄'에 소련군이 진격하였습니다.
- 이러한 사태는 강대국과 그 주변국가와의 관계를
- 매우 복잡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동부아시아 지역과 함께 계속 주목하여야 할 지역은
-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중동지역일 것입니다.
- 석유를 주로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중동사태와
- '아프가니스탄'사태를 대안의 화재시하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이것은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
- 나아가서 국가의 안전과도 연관되는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 한편, 동남 아시아에서는 소련과 군사동맹조약을 맺은 월맹
- 인도지나반도의 공산화 이후에도 계속하여 팽창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 동남 아시아 주변국가에 대해서도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 작년 2월 중공,월맹간의 전쟁 이래 양국은 계속 반목하고
- 있는 가운데 소련이 월맹을 군사적으로 후원하고 있어 동남
- 아시아의 정세도 매우 불안한 상태에 있습니다.
- 지난해 한반도 주변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 일본과 중공간의 평화우호조약이 체결된 데 이어 작년 초에는 미국과
- 중공간에 외교관계가 수립되어 양국간의 관계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 중,소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 소련의 군사개입 등으로 긴장이 고조됨으로 해서,
- 중공, 미국, 그리고 일본간에 접근 경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반면 소련은 극동에 해군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어 동부
- 아시아의 안전 보장에 불안요인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 북한 공산집단이 이러한 정세에 편승하고,
- 또 중동사태에 대한 자유국가들의 관심집중으로 말미암아 생길 수 있는
- 동북아 지역의 공백을 악용할 위험도 없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북한은 근년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시킨 사실이
- 한,미 양국의 정보판단으로 확인된바 있습니다.
- 또 그들은 금년이 미국의 대통령선거의 해임을
- 의식하여 미국에 대한 위장평화선전을 강화하여 한,미
- 양국간의 이간을 책동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 북한 공산집단의 속셈은 우리의 안정보장태세를 약화시키고,
- 소위 그들의 적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 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최근 그들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모스크바 올림픽에
- 이른바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해서 보내자느니,
- 또는 우리 나라의 정계 등 인사들에게 서한을
- 보내어 서로 만나자느니 하고 있습니다.
- 즉 북한은 한국의 현 국내정치상황을 이용해서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 사회의 혼란을 야기케 하고자 획책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정치, 외교 및 군사정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제경제정세입니다.
- 세계경제는 금년에도 산유국을 제외한 각국의 경제에 대하여
- 공통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 예상됩니다.
- 이번의 석유파동은 석유 가격의 대폭 인상뿐만 아니라,
- 공급사정의 악화를 수반함으로써 세계경제의
-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 이와 같은 상황하에서 세계 각국은 인플레와 저성장,
- 교역의 부진과 국제수지의 악화,
- 그리고 실업증대 등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 또 선진 각국은 긴축정책과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게 될
- 전망으로 세계무역 신장은 계속 둔화될 것이 예상됩니다.
- 부존자원이 부족하여 수출주도의 개발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 우리 나라의 경제는 석유가격 상승에 따르는 국제수지의 악화,
- 수출신장의 둔화,
- 그리고 성장률의 저하라는 매우 어려운 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 우려됩니다.
- 이상 국제정세의 개황과 우리 나라가 놓인 여건을 말씀드렸습니다마는,
- 결론적으로 금년도는 국제정치, 경제,
- 그리고 안전보장면에서 매우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것입니다.
- 이러한 내외정세와 지금의 우리 국내상황을 직시할 때,
- 우리는 문자 그대로 국가적 난국에 처해 있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 10.26사태 이후 우리 나라는 새로운 정치적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 개혁과 향상에 대한 국민의 여망이 높아졌습니다.
- 이러한 국민의 여망이 정치적 성장의 기대로 나타나고 있는
- 것은 지난 근 10년간에 우리가 이룩한 괄목할 만한 경제,
- 사회적 발전의 성과와 국력의 증대에 연유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우리는 1970년대에 정부와 국민이 함께 땀흘려 일한 결과
- 우리와 유사한 다른 개발도상국 같으면 20년이나 걸릴 경제적,
- 사회적, 문화적인 성장을 불과 10년 안에 이룩하였습니다.
- 한두 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 1971년의 우리 나라의 수출은 불과
- 13억5천만달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79년 즉,
- 작년 말의 수출은 150억6천만 달러에 달하였습니다.
- 1인당 GNP는 71년에 277달러였던 것이
- 79년 말에는 1천 620달러에 달하였습니다.
- 미곡생산에 있어서도 71년에는 2천 776만석이었던
- 것이 근년에 와서는 4천만석 내외로 증산되었습니다.
- 농촌전화에 있어서도 71년에 30%에 지나지 않았던
- 것이 79년말에는 98%이상으로 되었습니다.
- 이것은 낙도와 산간 오지에 있는 외딴 집을 제외한 모든
- 농어촌에 전기가 들어간다는 것을 뜻하고 있는 것입니다.
- 텔레비전 수상기만 하더라도 100가구당 71년에는 겨우 10대에
- 불과하던 것이 79년에는 85대 가까운 숫자로 증가되었습니다.
- 문화면에 있어서 국민 학교, 중학교는 제외하고,
- 고등 학교 학생만 하더라도 71년도에 65만명 정도이던
- 것이 79년에는 156만 7천명으로 증가되고,
- 대학생 수도 71년에 17만명에 불과하던
- 것이 79년에는 34만명으로 증가되었습니다.
- 이러한 국가발전과 국력의 토대 위에서 우리는
- 1970년대를 마무리짓고 1980년대를 맞이하였으며,
- 새로운 시대적 추이에 부응하여 각 분야의 보다 균형적인
- 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우리는 국가의 안전을 튼튼히 하여 나라를 지키고,
- 또 사회의 안정을 기하고,
- 공동의 안녕질서를 유지하면서 국민생활의 안정과 이를
- 위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 이와 같은 우리의 생존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으로,
- 정치면에서의 성장도 이룩해야 하는 데
- 우리들의 어려운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 즉, 우리들은 경제,
- 사회적 성장에 상응하는 정치적 성장을
- 이룩하고자 현재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 그러기에 나는 취임 후 채 한 달도 못되어
- 경제조치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 환율과 금리의 조정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시급한 해결과제였기 때문입니다.
- 이러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정부는 국민에게 대해서 뿐만 아니라,
- 우리 나라의 올바른 역사 진전에 대하여도
-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 여기서 만일 국론분열과 우리 사회의 내부혼란으로 인하여,
- 직면하고 있는 난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 돌이킬 수 없는 악순환만 되풀이하게 된다면,
- 우리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와 3천7백만 국민의
- 생존은 큰 위협을 받게 됨은 물론 정치적 발전도 매우 어렵게
- 된다는 것을 나는 이 기회에 명백히 해 두고자 합니다.
- 이러한 배경과 인식에 입각해서 나는 금년의 정부시책의 중점을,
- 첫째,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가보위의 공고화에 두겠습니다.
- 둘째로, 사회의 안정과 공공의 안녕질서의 유지
- 셋째로, 국민생활의 안정과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기하며,
- 네째로, 착실하고 질서정연한 정치발전 등에 두고자 합니다.
-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러한 거창한 일들은 정부의
- 힘만으로는 이를 해결해 나가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 그러므로 국민 여러분이 정부를 신뢰해 주시고,
- 또 정부시책을 이해해서 협조해 주셔야만 되겠습니다.
- 안정기반의 유지는 경제적 난국의 타개와 정치발전을 위한 불가결의
-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두고자 합니다.
- 이 기회에 나는 최근 우리 사회의 내부에서 정치과열상태가
- 조성되어 나가는 데 대해서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 이점 국민 여러분의 자제있기를 당부하고자 합니다.
- 우리는 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 점진적인
- 개혁을 통하여 안정과 변화를 조화시키면서,
- 각 분야의 균형된 발전을 기해 나가야 되겠습니다.
- 지금이야말로 우리 국민 모두가 공동운명체의
-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는 자각으로,
- 즉흥적이며 감정적인 판단이나 발언,
- 그리고 일방적인 자기 주장을 지양하고 상호자제하여
- 국가적인 견지에서 대동단결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는 엄연한 법치국가의 문화국민으로서 법질서를 확립하여 안정을 굳게
- 다지는 가운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모든 문제들을 국민적인 합의의 기반
- 위에서 착실히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 지금 우리는 역사의 큰 기로에 서 있다고 하겠습니다.
- 각국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인류의 생존과
- 안전에 대한 불안요인은 증대하고 있습니다.
- 그 중에서도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가장
- 어려운 형편에 있는 나라의 하나입니다.
- 그러나 우리 나라는 활력에 찬 신흥공업국가로서 세계의 주목을
- 받으며 계속 발전하고 있는 국운이 융성한 나라입니다.
- 우리는 애국심이 강한 국민이고, 또 수많은 국난을 극복해 온 국민입니다.
- 우리 모두 굳게 뭉쳐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더욱 열심히 땀흘려
- 일한다면 이 난국도 능히 타개해 나갈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 우리는 오늘의 국가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난국에 정면으로 대처하여
- 우리의 갈 길을 우리의 힘으로 개척해 나간다는 결의로 자신과 보람을
- 가지고 밝은 내일을 향하여 다 함께 전진할 것을 다짐하고자 합니다.
- 현 정부는 당리당략을 초월한 오로지
-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부임을 자부하고,
- 또 이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면서,
- 그럼 기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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