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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명만 평등

화자노회찬 (국회의원 (제17 · 19 · 20대))
원제2004년도 국정감사 법제사법위원회 질의
날짜2004.10.14 (목)
기준공식 기록
분량93줄

전문

○ 노회찬

  1. 민주노동당의 노회찬입니다.
  2. 어려운 여건에서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서 애쓰시는
  3.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질의를 드리겠습니다.
  4. 서울고등법원장님께 질의드리겠습니다.
  5. 고등법원장님은 대한민국의 법정에서 만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6. 평등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십니까?
  7. 사실 우리 국민들은 그 정도가 아닙니다.
  8. 우리 국민들은 만인이 평등해야 될 대한민국의
  9. 법정에서 만 명만 평등한 것 아니냐,
  10. 만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대단히 불평등한 게 아니냐,
  11. 이렇게 생각합니다.
  12. '차떼기 사건'을 아시지요?
  13. 법률용어 이외의 용어는 모르십니까?
  14. 그러면 설렁탕도 모르세요?
  15. 세칭 '차떼기'라는 사건을 아시지요?
  16. '정치자금 차떼기 사건'을 아시지요?
  17. 그 사건으로 인해서 당시 우리 국민들의
  18.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시지요?
  19. 이것은 사실 해외에도 알려져서 나라의
  20. 명예도 상당히 실추되었을 것으로 보이지요?
  21. 그리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렸다고도 생각하시지요?
  22. 실제 2002년 대선 당시에 현금 2억
  23. 4000만 원이 들어 있는 상자 62개,
  24. 현금 1억 2000만 원이 들어 있는 상자 1개,
  25. 도합 150억 원이 실려 있는 트럭의 열쇠를 주고받았고,
  26.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건넨 사실인데요.
  27. 이 사건에 관련된 분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아십니까?
  28. 사실 돈을 건네 준 사람은 지금 어떻게 됐지요?
  29. 예,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요.
  30. 그리고 이 돈을 받은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31. 세상을 이렇게 시끄럽게 했던 차떼기 사건에서,
  32. 150억 원을 트럭에 실어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전달해서 온 국민들을
  33. 분노하게 한 이 사건에서 돈을 건네 준 사람은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34. 그리고 돈을 받은 사람도 역시,
  35. 지금 돈을 받은 사람이 두 사람으로 되어 있는데,
  36. 실질적으로 이 돈을 주도록 강요한 사람이 지금 1심에서 징역 3년,
  37. 2심에서 징역 1년이 나왔습니다, 그렇지요?
  38. 이것이 판결문에 나와 있는데요.
  39. 그러면 이것을 감안해서 부득이하게,
  40. 거의 강압적으로 돈을 건넬 수밖에 없었던 점이 감안이 되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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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면 그렇게 강압적으로 돈을 받아낸 사람에 대해서는 상당히
  2. 엄하게 처벌해야 되는데 강압적으로 돈을 받아낸 사람은 징역
  3. 3년이 징역 1년으로 되면서 그 사유가 뭔가 하면,
  4. '피고인이 3선 국회의원이다' 그다음에 '고령이고 별다른 전과가 없다',
  5. 그리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6. 국회의원이 3선이면 이렇게 감형 사유가 됩니까?
  7. 그러면 6선이면 더 감형 사유가 됩니까?
  8. 재판장님!
  9. 죄송합니다.
  10. 고등법원장님,
  11. 제가 재판을 받아본 적이 있어서 그 얘기가 불쑥 나왔습니다.
  12. 150억 원을 빈 집에 들어가서 몰래 훔치는 것하고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13. 요구해서 150억 원을 뜯어내는 것하고 어느 게 더 죄질이 무겁습니까?
  14. 지금 이 사건은 빈 집에 가서 150억 원을 몰래
  15. 갖고 나온 것이 아니라 여기 나와 있다시피 별로 돈
  16. 줄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150억 원을 강압적으로,
  17. 적극적으로 수차에 걸쳐서 요구를 해 가지고 할 수 없이 준 사건이에요.
  18. 그런데 아마 우리가 빈 집에 가서 150억 원이 아니라 1억
  19. 5000만 원을 훔쳐 가지고 나오면 지금 실형을 받지요?
  20. 그런데 150억 원을 강압적으로,
  21. 사실상 강탈한 이 범죄에 대해서 어떻게 해서 1심에서 3년,
  22. 그리고 2심에서 1년이냐 이겁니다.
  23. 이게 우리 국민들이 과연 '법 앞에 만인이
  24. 평등하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25. 게다가 제가 더욱더 놀라는 것은 1심 재판에서의 양형
  26. 사유하고 2심 재판에서의 양형 사유가 '3선이라는 점,
  27.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점,
  28. 정계를 사실상 은퇴했다는 점'으로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습니다.
  29. 그러면 똑같은 사유로 1심에서 그런 사유를 감안해서
  30. 3년 징역형을 때렸는데 2심에서도 그 똑같은 사유로
  31. 3년에서 다시 1년으로 깎는다는 겁니다.
  32. 새로운 감형, 양형 조절의 어떤 사유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33.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4. 간단한 것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35. 고등법원장님은 수십 년 동안 법조 활동을 해 오셨고,
  36. 오랜 기간 법조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하셨는데 혹시 고등법원장님께서
  37. 무슨 죄를 범하면 다른 사람보다 가볍게 처벌받아야 됩니까,
  38. 아니지요?
  39. 저는 많은 재판을 보지 못했습니다마는
  40. '수십 년간 땀 흘려서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41. 점을 감안하여 감형한다'거나 혹은 '산업재해와 저임금에도
  42. 불구하고 수십 년간 땀 흘려 일하면서 이 나라 산업을 이만큼
  43.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가 있는 노동자이므로 감형을 한다',
  44. 이런 예를 본 적이 없습니다.
  45. 혹시 보신 적 있습니까?
  46. 그런데 오히려 수십 년간 공직에 있었으면 더 큰 책임이
  47. 있을 것이고 더 조심해야 되고 더 많은 것을 알 사람이,
  48. 그리고 어찌 보면 그렇게 땀 흘려 일하던 서민보다는 명예까지
  49. 포함해서 그 대가를 더 많이 받았던 그런 사람들이 그런
  50. 자신의 지위라거나 경력이 왜 감형 사유가 되느냐 이것이지요.
  51. 저는 시중에 나도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질의에 담아서 전해 드렸습니다.
  52. 대한민국의 법정에서 만 명이 아니라 사천만 명이 평등해지기를 바랍니다.
  53.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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