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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화자김구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원제성명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
흔히 알려진 말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날짜1948.02.10 (화)
기준글
분량47줄

전문

○ 김구

  1. 삼천만 자매형제여!
  2. 한국이 있고야 한국사람이 있고,
  3. 한국사람이 있고야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4. 또 무슨 단체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5. 그러면 우리의 자주,독립적 통일정부를 수립하려 하는 이
  6. 때에 있어서 어찌 개인이나 자기의 집단의 사리사욕을
  7. 탐하여 국가민족의 백년대계를 그르칠 자가 있으랴.
  8. 우리는 과거를 한 번 잊어버려 보자.
  9. 갑은 을을 을은 갑을 의심하지 말며 타매하지
  10. 말고 피차에 진지한 애국심에 호소해 보자!
  11. 암살과 파괴와 파공은 외군의 철퇴를 지연시키며
  12. 조국의 독립을 방해하는 결과를 조출할 것뿐이다.
  13. 악착한 투쟁을 중지하고 관대한 온정으로 임해 보자!
  14. 마음속에 삼팔선이 무너지고야 땅 위에 삼팔선도 철폐될 수 있다.
  15. 내가 불초하나 일생을 독립운동에 희생하였다.
  16. 나의 연령이 이제 칠십유삼인 바 나에게 남은
  17. 것은 금일금일하는 여생이 있을 뿐이다.
  18. 이제 새삼스럽게 재화를 탐내며 명예를 탐낼 것이랴!
  19. 더구나 외국 군정하에 있는 정권을 탐낼 것이랴!
  20. 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주지하는 것도 한독당을 주지하는 것도
  21. 일체가 다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는 것뿐이다.
  22. 그러므로 내가 국가민족의 이익을 위하여는
  23. 일신이나 일당의 이익에 구애되지 아니할 것이요.
  24. 오직 전민족의 단결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삼천만동포와 공동분투할 것이다.
  25. 이것을 위하여는 누가 나를 모욕하였다 하여 염두에 두지 아니할 것이다.
  26. 나는 이번에 '마하트마 간디'에게서도 배운 바가 있다.
  27. 그는 자기를 저격한 흉한을 용서할 것을 운명하는 그 순간에
  28. 있어서도 잊지 아니하고 손을 자기 이마에 대었다 한다.
  29. 내가 사형언도를 당해 본 일도 있고 저격을 당해 본 일도 있었지만
  30. 그 당시에 있어서는 나의 원수를 용서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31. 나는 지금도 이것을 부끄러워한다.
  32. 현시에 있어서 나의 유일한 염원은 삼천만동포와 손목 잡고 통일된 조국,
  33. 독립된 조국의 건설을 위하여 공동 분투하는 것뿐이다.
  34. 이 육신을 조국이 수요한다면 당장에라도 제단에 바치겠다.
  35. 나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삼팔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에
  36.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
  37. 나는 내 생전에 38 이북에 가고 싶다.
  38. 그쪽 동포들도 제 집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서 죽고 싶다.
  39. 궂은 날을 당할 때마다 삼팔선을 싸고도는
  40. 원귀의 곡성이 내 귀에 들리는 것도 같았다.
  41. 고요한 밤에 홀로 앉으면 남북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동포들의
  42. 원망스러운 용모가 내 앞에 나타나는 것도 같았다.
  43. 삼천만 동포 자매형제여!
  44. 붓이 이에 이르매 가슴이 억색하고 눈물이
  45. 앞을 가리어 말을 더 이루지 못하겠다.
  46. 바라건대 나의 애달픈 고충을 명찰하고 명일의
  47. 건전한 조국을 위하여 한번 더 심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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