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의 시작
| 화자 | 김대중 (제15대 대통령) |
|---|---|
| 원제 | 노벨평화상 수상연설 |
| 날짜 | 2000.12.10 (일) |
| 기준 | 공식 기록 |
| 분량 | 209줄 |
전문
○ 김대중
- 국왕 폐하,
- 왕세자와 공주 등 왕실가족 여러분,
-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 위원 여러분,
- 그리고 내외 귀빈과 신사 숙녀 여러분!
- 노르웨이는 인권과 평화의 성지입니다.
- 노벨평화상은 세계 모든 인류에게 평화를 위해
- 헌신하도록 격려하는 숭고한 메시지입니다.
- 저에게 오늘 내려주신 영예에 대해서 다시없는
-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를 드립니다.
- 그러나 저는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 그리고 민족의 통일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수많은
- 동지들과 국민들을 생각할 때 오늘의 영광은 제가 차지할
- 것이 아니라 그분들에게 바쳐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 또한 우리 국민의 민주화와 남북화해를 위한 노력을 아낌없이 지원해
- 주신 세계의 모든 나라와 벗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오늘 이 노벨평화상을 저에게 주신 이유 중의 하나는 지난
- 6월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과 그 이후에 전개되고 있는
- 남북 화해협력 과정에 대한 평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 존경하는 여러분!
- 노벨 위원회가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최근의
- 남북관계에 대해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 저는 지난 6월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 북한에 갈 때 여러 가지 걱정이 많았지만 오직 민족의
-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념으로 출발했던 것입니다.
- 회담이 잘 된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 남북은 반세기 동안 분단된 가운데 3년에 걸친 전쟁을 치렀으며
- 휴전선의 철책을 사이에 놓고 불신과 증오로 50년을 살아왔습니다.
- 이러한 남북관계를 평화와 협력의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저는 98년
- 2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 그것은 첫째, 북에 의한 적화통일을 용납하지 않는다.
- 둘째, 남에 의한 북한의 흡수통일도 결코 기도하지 않는다.
- 셋째, 남북은 오로지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 평화적으로 교류협력하자는 것이었습니다.
- 완전한 통일에 이르기까지는 얼마가 걸리더라도 서로 안심하고 하나가
- 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 북한은 처음에는 우리의 햇볕정책이 북한을
- 전복시키려는 음모로 여기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 그러나 우리의 일관되고 성의있는 자세와 노르웨이를 비롯한 전세계 모든
- 나라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는 북한의 태도를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나머지 169줄 펼치기
- 그리하여 마침내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 남북정상회담은 예상했던 대로 참으로 힘든 협상이었습니다.
-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민족의 안전과 화해협력을 염원하는 입장에서
- 결국 상당한 수준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 첫째, 우리는 조국의 통일을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이룩하자,
- 또 통일을 서두르지 말고 우선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 평화적으로 교류 협력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 둘째, 종래 남북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던 통일방안에
- 대해서도 상당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북한은 우리가 주장한 통일의 전단계인 1민족 2체제 2독립정부의
- 남북연합제에 대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형태로 접근해 왔습니다.
-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통일에의 제도적 접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 셋째, 한반도에 미군이 계속 주둔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자는 데에도 합의했습니다.
- 북한은 지난 50년 동안 남한에서의
- 미군철수를 최대 쟁점으로 주장했습니다.
- 저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강조했습니다.
- "미,일,중,러의 4강에 둘러싸여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특수한
-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는 우리로서는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필수 불가결하다.
- 미군은 현재 뿐 아니라 통일 후에도 필요하다.
- 유럽을 보라.
- 당초 나토의 창설과 미군의 주둔은 소련과
- 동구 공산권의 침략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
- 그러나 공산권이 멸망한 지금도 나토와 미군이 있지 않느냐.
-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그 존재가
- 계속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여기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뜻밖에도 종래의
- 주장을 접고 적극적인 찬성의 뜻을 나타냈는데,
- 이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 위해 참으로 뜻깊은 결단이었습니다.
- 그 외에도 우리는 이산가족이 만나는 데 합의했으며
-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원만하게 실천에 옮겨지고 있습니다.
-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합의를 했습니다.
- 이미 투자보장,
- 이중과세방지 등 4개의 협정을 체결하는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 우리는 그동안 북한에 대하여 인도적 차원에서
- 비료 30만톤과 식량 50만톤을 지원했습니다.
- 그리고 사회, 문화 교류에 대해서도 합의해 스포츠, 문화예술,
- 관광의 교류 등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 또한 남북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 열려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 남북간의 분단된 철도와 도로를 다시 연결하기
- 위해 양쪽 군이 협력하는 데에도 합의했습니다.
- 한편 저는 남북관계의 개선만으로는 한반도에서 평화와
- 협력을 완벽하게 성공시킬 수 없다는 판단 아래,
-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 나아가 일본과 다른 서방국가들과도 관계를 개선할 것을 적극 권유했습니다.
-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서 클린턴 대통령,
- 모리 총리 등 미,일 양국의 정상에게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권고했습니다.
- 또한 저는 지난 10월에 서울에서 열렸던 제3차 ASEM정상회의에서
- 유럽의 우방국가들에게도 북한과 관계개선을 하도록 권고했습니다.
-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북,미 관계와 유럽,
- 북한 관계는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 이러한 일들은 한반도의 평화에 결정적인
- 영향과 진전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 존경하는 귀빈 여러분!
- 제가 민주화를 위해서 수십년 동안 투쟁할
- 때 언제나 부딪힌 반론이 있었습니다.
- 그것은 아시아에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 않으며 그러한 뿌리가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 아시아에는 오히려 서구보다 훨씬 더 이전에 인권사상이 있었고,
- 민주주의와 상통한 사상의 뿌리가 있었습니다.
-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
- '사람이 즉 하늘이다.'
- '사람 섬기는 것을 하늘 섬기듯 하라.'
- 이런 것은 중국이나 한국 등지에서 근 3천년 전부터
- 정치의 가장 근본요체로 주장되어온 원리였습니다.
- 또한 2천 5백년 전에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에서는
- '이 세상에서 내 자신의 인권이 제일 중요하다'는 교리가 강조되었습니다.
- 이러한 인권사상과 더불어 민주주의와
- 상통되는 사상과 제도도 많이 있었습니다.
- 공자의 후계자인 맹자는 '임금은 하늘의 아들이다.
- 하늘이 백성에게 선정을 펴도록 그 아들을 내려보낸 것이다.
- 그런데 만일 임금이 선정을 하지 않고 백성을 억압한다면 백성은
- 하늘을 대신해 들고일어나 임금을 쫓아낼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 이것은 존 로크가 그의 사회계약론에서 설파한
- 국민주권사상보다 2천년이나 앞선 것입니다.
- 중국과 한국에서는 이미 기원전에 봉건제도가
- 타파되고 군현제도가 실시되었습니다.
- 공무원을 시험에 의해서 뽑는 제도는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 이와 병행해서 임금을 포함한 고관들의 권력남용을
- 감시하는 강력한 사정제도도 존재했습니다.
- 이와 같이 민주주의에 대한 풍부한 사상과 제도의 뿌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 다만 아시아에서는 대의적 민주제도의 기구는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 그것은 서구사회의 독창적인 것으로서 이는 인류의
- 역사에 크게 기여한 훌륭한 업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 서구의 민주제도는 민주적 뿌리가 있는 아시아에서 이를
- 채택할 때 아시아에서도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는 것입니다.
- 한국,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 스리랑카 등 수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 동티모르에서 주민들이 민병대의 혹독한 학살과 탄압에도
- 불구하고 용기를 가지고 독립을 지지하는 투표에 참가했습니다.
- 지금 미얀마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고난의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아웅산 수지 여사는 미얀마 국민과 민심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 저는 언젠가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반드시 회복되고 국민에 의한
- 대의정치가 다시 부활하는 날이 오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존경하는 여러분!
-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는 절대적인 가치인 동시에
- 경제발전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 민주주의가 없는 곳에 올바른 시장경제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 또한 시장경제가 없으면 경쟁력 있는
- 경제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 저는 민주주의적 기반이 없는 국가경제는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확신했습니다.
- 그래서 98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 병행 발전과 함께 생산적 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한국은 지난 2년반 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 그리고 생산적 복지의 병행 실천이라는 국정철학 아래
-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적극 보장하고 있습니다.
- 금융, 기업, 공공,
- 노동 부문의 4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 복지의 중점을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인력개발에
- 둠으로써 이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 한국의 개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 이러한 개혁을 조속히 마무리함으로써 전통산업과 정보산업,
- 생물산업을 삼위일체로 발전시켜 세계
- 일류경제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21세기는 지식 정보화시대로서 부가 급속히 성장하는 시대입니다.
- 동시에 정보화시대는 부의 편차가 심화되어
- 빈부격차가 급격히 확대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 국내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빈부격차도 커져 갑니다.
- 이것은 인권과 평화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 심각한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우리는 21세기에 있어서도 계속해서 인권의
- 탄압과 무력의 사용을 적극 반대해야 합니다.
- 아울러 정보화에서 오는 새로운 현상인 소외계층과 개발도상국의 정보화격차를
- 해소함으로써 인권과 평화를 저해하는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 존경하는 국왕 폐하,
-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 마지막으로 제 개인에 대해서 잠시 말씀드릴 것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독재자들에 의해서 일생에 다섯 번에
- 걸쳐서 죽을 고비를 겪어야 했습니다.
- 6년의 감옥살이를 했고, 40년을 연금과 망명과 감시 속에서 살았습니다.
- 제가 이러한 시련을 이겨내는 데에는 우리 국민과 세계의
- 민주인사들의 성원의 힘이 컸다는 것은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 동시에 제 개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 첫째 저는 하느님이 언제나 저와 함께
- 계신다는 믿음 속에 살아오고 있으며,
- 저는 이를 실제로 체험했습니다.
- 1973년 8월 일본 동경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을 당시
- 저는 한국 군사정부의 정보기관에 의해 납치되었습니다.
- 전 세계가 이 긴급뉴스에 경악했었습니다.
- 한국의 정보기관원들은 저를 일본 해안에 정박해 있던 그들의
- 공작선으로 끌고 가서 전신을 결박하고 눈과 입을 막았습니다.
- 그리고 저를 바다에 던져 수장하려 했던 것입니다.
- 그때 저의 머리 속에 예수님이 선명하게 나타나셨습니다.
- 저는 예수님을 붙잡고 살려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 바로 그 순간 저를 구원하는 비행기가 와서
- 저는 죽음의 찰나에서 구출되었던 것입니다.
- 또 하나 저는 역사에 대한 믿음으로 죽음의 위협을 이겨왔습니다.
- 1980년 군사정권에 의해서 사형언도를 받고
- 감옥에서 6개월 동안 그 집행을 기다리고 있을 때,
- 저는 죽음의 공포에 떨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 데는 '정의필승'이란
-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저의 확신이 크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 모든 나라 모든 시대에 있어서,
- 국민과 세상을 위해 정의롭게 살고 헌신한 사람은 비록 당대에는
- 성공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더라도 역사 속에서 반드시
- 승자가 된다는 것을 저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 속에서 보았습니다.
- 그러나 불의한 승자들은 비록 당대에는 성공을 하더라도 후세 역사의 준엄한
- 심판 속에서 부끄러운 패자가 되고 말았다는 것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 거기에는 예외가 없었습니다.
- 국왕 폐하, 그리고 귀빈 여러분!
- 노벨상은 영광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의 시작입니다.
- 저는 역사상의 위대한 승자들이 가르치고 알프레드 노벨경이 우리에게
- 바라는 대로 나머지 인생을 바쳐 한국과 세계의 인권과 평화,
- 그리고 우리 민족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맹세합니다.
- 여러분과 세계 모든 민주인사들의 성원과 편달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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